주말농장 가는길(2008~2010)

2009년 10월 셋째주 농장이야기

코코팜1 2009. 10. 19. 08:45

**.

 

<외암말의 가을걷이...>

 

이제 완연한 가을입니다.

어느덧 여기저기 나무잎들이 울긋 불긋한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합니다.

나의 주말농장이 있는 외암말에도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올해 가을은 태풍이 오지도 않고 커다란 병충해도 없어 모든 농사가 풍년입니다.

물론 가격이 폭락하여 농부들의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경제가 어려울때는 풍년이 되면 주변 인심이 넉넉해서 좋습니다.

 

이번 토요일은 옆지기가 오전근무일뿐 아니라 나도 몸상태가 좋지 않아 농장에 가지 않을 계획이었습니다만

지난 추석대 농장에 가서 무리를 하고 나서 병원에 계시다 퇴원하신 장모님께서 농장이 무척이나 궁금해 하고 계신다는 처형의 이야기를 옆지기가 금요일 아침 식사시간에 말을 건냅니다.

 

나와 옆지기는 농장에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계속 갈들을 하고 있습니다.

장모님을 모시고 농장에 다녀왔야 하나.... 

만일 지난번 같이 농장에서 무리를 하시면 병환이 생길까 두렵기도 합니다.

면역력도 없으실뿐더러 기력도 모두 쇠진하여 이제는 조금만 무리를 하여도 바로 표가 나곤 합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금요일 저녁에 옆지기가 장모님을 모시고 저의 집에 왔습니다.

너무 갑갑해 하셔서 저의 집에 계시다 일요일에 모셔다 드릴 계획이라 합니다.

밤새 비바람이 심하게 몰아치더니 토요일은 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어옵니다.

농장에 갈까? 말까! 밤새도록 고민을 하다가 결론이 나지 않았는데 아침식사를 마치고 장모님께서

"고구마는 무두 캐었는가? "

"아닙니다. 아직도 6두둑이나 남았습니다."

"그럼 빨리 캐어야겠네.."

"예"

"이번에 가서는 내 꼼짝도 안하고 방에서만 있을거네....."

"....."

저는 아무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장모님께서 저리 농장에 가고 싶어하시는데... 아니 갈수가 없었습니다.

"그래 앞으로 가시면 몇번이나 더 가시겠나... 놀러도 가는데 다녀와야지~~"

그리하여 옆지기는 장모님께 절대 무리하지 않기로 몇번이나 약속에 약속을 받고

우리 셋은 토요일 점심먹고 2시에 농장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창밖의 가을 풍경이 수채화 같습니다.

이 멋진 경치를 장모님께서는 농장에 가는동안 연신 가을을 참맛을 감상하고 계십니다.

아니면 장모님께서는 살아서 앞으로 몇번을 내가 다녀올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저로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지 몰라서 아니 장모님께서 즐기고 계시는 사색을 방해하기 싫어서

내려오는 동안 한번도 장모님께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 

오후 4시가 넘어서야 농장에 도착을 하였습니다.

 

이곳 외암말에 살고 계시는 이웃어르신들의 발걸음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들깨를 수확하시는 어르신, 쥐눈이콩을 거두어들이는 아주머니들..

고추대를 뽑아내고 다시 밭을 갈아 마늘을 심기위해 비닐을 씌우고 계시는 노부부

모두가 활기차게 살아가는 모습이 여기저기에 들어옵니다.

 

우리 농장에도 가을의 풍성함이 가득합니다.

지난달에 심어놓은 배추는 이제 제법 속이 차기 시작합니다.

물론 배추벌레와 진드기가 극성을 부려서 골치가 아프기는 하지만,,,,

해바라기도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다 힘이들어 아예 어깨까지 내려왔습니다.

다음주에는 해바라기도 수확을 해야겠습니다.

이번주에는 심어놓은  고구마 6두둑중 2두둑을 캘 예정입니다.

그리고 마늘도 심어야겠습니다.

 

새벽 예배당 종소리가 지나고 한참 지난 시간이 되어서야

창문에 아침 붉은 기운이 스며듭니다.

조금은 차가운 아침공기가 코와 온몸이 스며듭니다.

떠들어대는 참새소리에 잠에서 깨어나신 장모님은 밖으로 나와 마당을 둘러보십니다.

아침에 고구마를 캘려면 많이 드셔야 한다며 오늘 아침식사는 평소보다 조금 더 드십니다.

 

지난주 목요일과 어제 비가 내려서 그런지 가을 가뭄이 해결되었나 봅니다.

고구마 밭이 푹신 푹신하여 고구마 캐기가 무척이나 수월합니다.

 

<지난해 캐서 겨우내 먹고 남은 고구마에 싹을 내서 밭에 심어 수확한 호박고구마> 

 

<고구마 크기가 어른 머리만하게 자랐습니다> 

 

<이녀석은 장정 5~6명이 먹고도 남을 만큼 자란 왕고구마> 

 

<장모님도 왕고구마를 캐고 나서 사진 모델이 되셨습니다> 

 

 

<이 녀석은 장정 허벅지 만하게 자랐습니다.> 

 

<오늘 수확한 고구마 2두둑에 8상자 수확하였습니다> 

 

 <신나신 장모님-고구마 캐시는데 열중하여 사진 모델도 싫다 하십니다>

 

<이번에 첫 수확한 자색고구마-내년에는 2두둑 정도를 심어볼 계획입니다> 

 

 

<자색고구마 총 2상자를 수확하였습니다>  

 

<길이 5미터 정도에 심어놓은 자색고구마가 1상자가 넘도록 캤습니다> 

 

<탐스럽게 매달린 자색고구마 모습>

 

 

오전 참으로 옆지기가 조금 갈고 감자전 만들때 자색고구마를 조금 넣어서 만들었는데 색이 너무나 곱습니다.

그리고 맛도 괜찮아 보였습니다.

 

저는 오늘 파종할 마늘을 소독하여 마당에 신문지를 바닦에 깔고 말렸습니다.

 

<이번에 심어놓은 마늘 밭-총 2두둑을 만들었습니다> 

 

<썩지 않는 농약에 30분 정도 담가놓기 위해 망에 넣었습니다> 

 

<햇빛에 말리기 위해 신문지를 바닦에 놓고 마늘을 널어 놓았습니다.> 

 

두둑 2개를 만들어 마늘을 심었는데 아쉽게도 한두둑의 반이 모자랍니다.

다음주에 내려와 읍내 장에가서 조금더 사다 심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양파도 한 2두둑정도는 심을 계획입니다.

양파는 지난해 심어서 아주 잘 먹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수세미를 수확했습니다.

이번에 수확한 수세미는 효소를 만들 예정이었으나 효소를 담을 용기가 부족하여 처형집으로 바로 보내서 효소를 만들도록 할 예정입니다.

 

올해는 지난해 받아놓은 씨앗으로 손수 싹을 내어 모종을 만들어 5포기를 뒷담장에 심어놓았더니

그중 1포기 살아서 이렇게 많은 수세미늘 수확하였습니다.

 

<마지막 4번째로 수확한 수세미-이녀석 역시 효소를 만들 예정입니다> 

 

 

 

 <다음주에 수확할 야콘- 왜그런지 가운데에 가라져 버렸습니다.>

 

다음주에 수확할 야콘을 조금 캐봤습니다.

생각보다는 깨끗하게 잘 자랐습니다.

그런데 가운데 갈라진 녀석에 태반이 넘습니다.

 

이번 주말도 이렇게 바쁘게 보냈습니다.

그럼에도 걱정이 생겼습니다.

지난해에는 고구마 6상자는 창고에 넣었더니 모두 얼어서 썩어버렸습니다.

앞으로도 가을걷이가 많이 남았는데 보관이 문제입니다.

고구마 4두둑에서 적어도 15상자는 수확예상..

야콘 2두둑에서 적어도 8상자 수확예상

아피오스는 고민중입니다. 금년에 캐야할 지 아님 내년 1년을 더 두어야 할지..

배추 100포기 김장무 2두둑을 어느곳에 저장을 해야할지...

그래도 생각을 하다보면 어찌 해결책이 나겠지요~~

 

저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농사짓는 사람들은 가을은 풍성해서 기분이 좋습니다.

물론 힘도 들고 돈도 많이 들고 시간 없어 항상 바쁘게 살아가지만...

 

농사일로 흠뻑 땀흘리고 난 후에 마시는 막걸리가 목젖을 타고 내려가는 그 맛을~~

농사를 지어본 사람만이 그맛을 사랑할 자격이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