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대학 새내기 가 된 아이를 보러(2.29)

코코팜1 2009. 3. 1. 11:24

올해에는 저의집 아이가 대학 새내기가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3년을 부모 품에서 떨어져서 생활했는데 또 4년을 부모 품에서 떨어져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아이가 다니는 대학은 이곳에서 멀리떨어진 곳... 과메기와 고래고기가 유명하다는 지방에 위치해 있습니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우리 내외는 아이가 4년동안 다닐 학교에 한번은 다녀와야지 하는 생각도 있었고

지난번에 O/T에 참석하기 위해 기숙사로 내려갈때 가지고 가지 못한 옷들과 생활용품을 보내주고

이참에 얼굴도 보고 아이의 기숙사도 볼겸 학교도 한번 둘러보기로 맘을 먹고 다녀왔습니다.

 

갈때는 새벽에 5시에 출발해서 10시에 도착하였습니다.

또한 올때는 6시간이 넘게 걸려서 밤에 도착하였습니다. 참으로 먼 길이었습니다.

가자마자 곧바로 청소하고 마트에 가서 세제, 세탁걸이, 휴지 등 부족한 것은 구입해 주었습니다.

아침도 거른 아이가 점심으로 고기가 먹고싶다는 말에 4인분의 삼겹살을 시켜 주었더니

정말 꿀맛이라며 맛있게 먹는 아이의 모습이 옆지기는 안쓰러운가 봅니다

 

어릴적부터 책을 유난히 좋아했던 저의집 아이는 옆지기와 한번씩 광화문에 있는 책방에 가게되면

백만원이 넘는 목돈을 들여서 책을 구입하곤 했던 이이~

 레고를 무척이나 좋아해서 흥미로운 것이 나오면 사달라고 졸라서 아니 사주고는 못결딜 만큼

욕심이 많은 아이~

 

학교 성적은 영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학교 선생님들께서 귀여움을 받을 정도로 괜찮았고

부모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행동으로 지금까지 자라왔습니다.

 

한번은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때 나와 옆지기에게 자기가 원하는 학교를 가고 싶으니

1년만 학원을 보내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하는 아이를 보고 우리는 네가 원하는 곳에

합격할 확률이 알마나 되느냐는 물음에 아이는 비록 10%의 확률도 되지 않지만

안약 시험이라도 보지않고 지금 이대로 포기한다면  자기 인생을 살면서 평생을 후회할 것 같다는

아이의 진정한 답변에 우리는 아무런 조건없이 1년간 학원을 보냈습니다.

 

그런 아이가 운이 좋아서 인지는 몰라도 아이가 원하는 학교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기뻐하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옆지기는 학교의 위치가 우리가 생활하는 이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부산일뿐만 아니라

학교 아이들 모두가 3년내내 기숙사 생활을 하는 관계로 부모들 품에서 떨어져 있는 생활이

탐탁치 않게 생각였습니다.

 

부모의 눈에 항상 2%가 부족한 아이에게 한달에 한번씩 집에 올때마다 조금만 더 노력해 달라고

조언을 하였지만 아이는 사춘기라서 그런지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자식농사는 정말 뜻대로 되지 않나 봅니다. 

 

3학년이 되어서 외국으로 유학갈  뜻이 있다면 미리 준비하라고

몇번을 이야기 하였지만 아이는 학부를 마치고 간다며 걱정하지 말라던 녀석이

 

지난해 연말에 집에 올라와서 영국의 모 대학에 학격하였으니

가서 공부했음 어떻겠는냐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사실은 봄에 아이가 유학생각이 없다고 해서 아이가 유학갈때 사용할려고

모아 놓았던 그 돈으로 주말농장터를 구입하는 바람에 지금으로서는 유학을 보낼수 없는 실정입니다.

 

물론 지금의 경제가 12년전의 IMF때보다도 더 심각한 시기이고

환률이 너무 많이 올라서 우리 부부가 유학을 보내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하여 국내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을 가라고 말했습니다.

 

정말로 가고 싶은 대학이지만 엄마아빠의 뜻을 따르겠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아이의 이야기가 저로서는 왜 그리 미안한 마음이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같은 학교 다른 친구들은 다 유학을 가는데 본인만 못가게 돼서 그런지 아이는 조금 흔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한테는 그런 표정을 짓지 않을려고 애쓰는 모습이 더욱 안쓰러웠습니다. 

 

다행이도 어제 우리가 찾아가 만나본 아이의 모습을 보니 이젠 어느정도 마음을 추스렸는지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여기서 열심히 공부해서 그 결과를 보고 나중에 유학을 갈 건지 아니면 이곳에서 공부를 할건지

결정할 테니 부모님은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고등학교때 과외한번 안한 이 등록금 한번 안 들어간 아이

또한 대학교 등록금 한푼 안내고,,기숙사 이용료가 월 3만원밖에 안되는 시설을 사용하고,

식대 포함하여 한달에 용돈 30만원만 보내달나는 아이 잘 알아서 행동하고 생활하고 있는 아이에게

유학을 보내주지  못하는 것이 못내 마음이 아픈지 옆지기는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꾸만 눈물을 훔치고 있습니다.

 

나도 마음이 편치가 않습니다. 부모란 다 이런 건지 모르겠습니다. 

 

올라오는 길에 아이가 문자를 보냈습니다.

"엄마 아빠 몸조심해서 올라가세요. 벌써 보고싶네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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